미국-이란 협상 안갯속…WTI 장중 다시 100달러 돌파

WTI가 장중 101.85달러까지 올라 100달러를 재돌파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이 불확실한 가운데, 석유·LNG 물류 중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가격을 떠받친다.
국제유가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00달러 선을 중심으로 재차 움직이며 장중 101.85달러까지 상승했다. 28일(현지시간) 오후 12시9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6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3.57%(3.44달러) 오른 99.81달러에 거래됐다. 국제기준유인 브렌트유 6월물도 2.73%(2.95달러) 상승하며 111.18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번 유가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분위기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문들과의 대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열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이란의 제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미흡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신 이란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가장 민감한 지점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논의의 시점이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추후로 미루고’ 싶어 하는 모양새다.. 워싱턴 쪽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통제’와 ‘사용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대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제안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을 여전히 통제하는 조건 하에서만 해협을 재개방할 의사가 있다”고 전제한 뒤, 누가 국제 수로를 사용할지와 사용료를 어떤 방식으로 정할지 같은 체계가 정상화되지 않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줄다리기는 시장에 즉각적인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반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에너지 물류에서 상징적인 길목이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회장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5분의 1이 이곳을 거쳐가지만, 현재 에너지 흐름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규모의 원유와 연료, 석유화학 제품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해협 재개방”만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물류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리포 회장은 적대 행위가 즉시 종료되더라도 기뢰 제거, 유조선 정체 완화, 생산·정제 작업의 단계적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봤다. 시장이 ‘익숙한 경로’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해석이다.
그는 상황이 안정화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석유 시장이 정상 흐름을 회복하는 데 최소 4~6개월이 소요될 수 있으며, 운송 및 유통 지연을 감안하면 재고가 임계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가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갈등이 오래 지속될수록 재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공급 불안이 더 크게 체감될수록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가격은 협상 ‘속도’보다 ‘구간’을 더 본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건 협상의 ‘결과’만큼이나 ‘단계’다. 호르무즈 해협이 물리적으로 열려도, 실제로 선박이 몰리고 이동이 안정되는 데는 시간차가 생긴다. 기뢰 제거 같은 안전 조치, 정체된 운송량을 분산시키는 과정, 공장 가동률을 서서히 올리는 절차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바로 이 공백 구간을 가격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적으로도 에너지 흐름이 끊기면 운송 대체가 어렵고, 대체가 되더라도 비용이 붙는다. 그 비용은 결국 원유 구매단가와 정제 마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소비자 가격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재고가 임계 수준에 닿는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시장은 ‘나중에 회복’보다 ‘지금의 희소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다시 100달러로…브렌트는 110달러 상단을 넘볼까
리포 회장은 새로운 협상이 없는 한 WTI가 다시 100달러를 향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 역시 11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시됐다. 유가가 이미 100달러 고지에 재접근한 만큼, 다음 변곡점은 협상 자체의 진전 여부뿐 아니라 해협 통행 재개가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넓게’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
결국 시장은 현재를 협상의 연장선으로 보면서도, 실제 물류 회복의 일정표를 가장 예민하게 따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이란이 어느 선에서 간격을 좁힐지, 그리고 해상 안전과 운송 정상화가 어느 정도 속도를 낼지에 따라 유가의 방향성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 Misryoum은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가 단순한 숫자 변동이 아니라, 지역 갈등과 공급망 현실이 만나는 지점이라는 점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